목록벚꽃분재 (2)
the deep end
열기가 숨구멍을 죄어올 것 마냥 덥게 데운 욕조에 지친 몸을 누이며 사쿠라이는 욕실을 가득 채운 수증기 위로 여러 얼굴들을 떠올렸다. 두 손으로 몇 번이고 뜨거운 물로 얼굴을 적시고 목과 어깨를, 물에 잠겨있는 허리와 골반을 매만지며 몸에 쌓인 피로를 녹여버리고자 하는 익숙한 일련의 과정을 밟다 보면 이윽고 이어지는 행위 역시도 특기할 만한 것은 아니었다.이유는 나름대로 짐작할 뿐이었지만 유독 사쿠라이에게만 엄하게 대하는 학회 선배의 굵고 검게 그을린 손목을 떠올릴 때가 있었다. 가끔은 얼굴은 기억나지 않는 남자의 척추가 제 리듬에 맞추어 흔들리던 모습을 되새길 때도 있었다. 그 누구에게도, 제 자신에게도 솔직하게 고백할 수는 없었지만, 여전히 앳된 얼굴 아래 성숙한 남자에게 어울릴 법한 색을 머금고 있..
어디 온천 간다고 했던 거 같은데? 맞지? 라는 이야기에 대답하려던 찰나, 테이블 하나 건너편에서 여러 무리와 함께 식당을 빠져나가던 사쿠라이와 정면으로 눈이 마주쳤다. 언제부터 여기 있었던 거야? 설마 아까 들은 건 아니겠지? 이야기가 들릴 거리는 아니었겠지만 내용이 내용이니만큼 제 발 저릴 수밖에 없었다. 시선을 비끼며 걸어가던 사쿠라이는 다시 고개를 돌려 마츠모토를 바라보고선, 마츠모토를 향해 눈을 찡그리고는 제 동료들을 쫓아나갔다. 왜 저래? 싫어, 진짜 싫다고. 싫은 걸 어쩌란 말야. 그런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자극만으로도 이미 너무나도 벅찬 머릿속에 자꾸만 기어들어 오는 잡념들을 밀어내고 본능에 집중해야 할지, 아니면 아직 늦지 않았으니 상황 판단 잘 하라는 제 마지막 이성의 신호에 따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