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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시팬픽/쇼쥰/번역] Electric Eye

SPICA*쥰 2018. 9. 4. 14:35

Electric Eye

쇼쥰(사쿠라이 쇼X마츠모토 쥰) / AU / (64907님의 원문 링크) 

“쇼는 셀카를 찍어 사람들에게 보내곤 했다. 쥰이 그 이유를 이해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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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회의 중 휴대폰의 알림음이 울리자 쥰은 예의 바르게 테이블 위에 폰을 뒤집어 놓았다. 콘서트 수정 과정에서 조명 배치를 결정하는 것에만 꼬박 하루가 걸렸기에, 지금은 회의에 집중해야만 했다.

조명 스태프와 음향 스태프 모두가 짧은 휴식을 갖자고 한 후, 시간을 때우기 위해 폰을 만지작거릴 때에서야 기억이 났다.

일련의 메시지들이 그를 반겼다. 아이바가 보낸 웃는 이모티콘, “셀카가 몰려와. 또 시작했어”라며 니노가 보낸 경고. 그리고 마침내, 쇼에게서 온 메시지 하나.

정확하게는 쇼에게서 온 사진 하나.

일본을 재발견하자는 목표 아래, 정체를 숨기고 여행하는 코너를 쇼가 촬영 중이라는 것을 쥰은 알고 있었다. 쇼는 언제나 열정적인 여행가였으며, 의욕 가득한 학습자이기도 했지만, 쥰은 아직 그와 함께 여행해본 적이 없었다. 쇼의 이런 면모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그동안 함께 일을 해온 세월과 최근의 NTV 방송국의 영상들 덕분이었다.

쇼가 아직도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다고 믿고 있는 벙거지 모자 아래로, 그의 숨길 수 없는 이마가 사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고, 그들 둘이 함께 찍은 JAL 광고가 뒷배경으로 보였다.

사진 아래에는 캡션[각주:1]이 붙어 있었다. 너만 빠졌잖아!

쥰은 미소가 떠오르려는 것을 참았다. 니노에게 경고해줘서 고맙다고 문자를 보냈다. 정작 사진은 한 장 밖에 안 받았지만. 쇼는 자신의 광고와 함께 셀카를 찍는 취미가 있었는데, 그 취미 자체로는 그렇게 이상할 것은 없었지만─이상하다는 것은 상대적인 것이라, 아이돌에게는 결국 평범한 것이 되기도 했다─ 그런 사진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낸다는 사실이 유별난 점이었다.

뭐, 쇼는 영화 편집 프로그램에 있는 온갖 구린 효과들을 사용해가며 자신의 여행 영상을 편집하는 남자였다. 쥰은 아직 그 영상을 보지 못했지만. 리더와 니노는 봤다고 했고, ‘구린 글자 효과’라는 표현은 니노에게서 나왔다.

쇼에게서 사진을 받는 것에는 유별날 것이 없었다. 하지만 못지않게 이상한 캡션1이 따라붙은 사진을 받는다는 것에는 뭔가 이상한 지점이 있었다. 언제 한 번 아이바가 이야기했던 것에 따르면, 쇼가 만리장성에서 찍은 셀카 사진을 그에게 보내줬다는데, 사진의 20퍼센트만이 풍경이고 나머지는 쇼의 커다랗고 행복한 얼굴이었다고 했다.

“사진 진짜 못 찍는다니까.” 아이바가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이야기하지마. 그럼 사진 안 보낼 거라고. 솔직히 그 사진들 귀여우니까.”

쥰은 어떻게 답장해야 할지 생각했다. 그를 기억해줘서 고맙다고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런 이야기를 하면 이상하지 않겠어? 하지만 쥰은 이상해지거나 어색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의 사춘기 대부분을 쇼의 주변에서 이상하고 어색하게 지내왔고, 이제 둘 다 30대 초반에 들어선 지금 그걸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쥰은 스크린을 빠르게 터치하며 입력했다. 뭐, 그렇다고 우리가 같이 찍을 수는 없으니까. 난리가 날걸. 

쥰은 크게 고민하지 않은 채, 전송 버튼을 누르고 회의가 시작되자 폰을 넣어두었다. 




JAL 셀카를 받고서 며칠 후에야 쇼에게서 :( 뿐인 답장이 왔고 쥰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어쩌면 니노의 경고였던 ‘몰려온다’는 JAL 셀카가 시작일 뿐이라는 것일지도.

VS 아라시 촬영을 위해 이동하는 차 안에서 바쁜 주말 스케쥴 사이에 토마와 료와의 저녁 식사 일정을 넣어보려 했으나 슬프게도 실패하던 중, 쇼에게서 새로운 사진이 왔다는 알림이 떴다. 

기분 좋게 놀란 쥰은 스케쥴 앱에서 빠져 나와 메시지 앱을 켜고 사진이 뜨기를 기다렸다. 아직 이 사진들을 받기엔 완전하게 깨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쇼의 착각할 수 없는 머리가 사진의 아래쪽에 있는 것을 보며 쥰의 눈은 크게 떠졌다. 쇼는 기차역에서 쥰의 파즈도라 광고 포스터 앞에서 사진을 찍었고, 집중한 나머지 그의 눈썹이 모아져 있었다. 사진을 보니, 도초마에에서 찍은 것이었다.

이번 사진의 캡션은 그거 정말 잘 잡았어!

폰을 들여다볼수록 쥰의 혼란은 가중될 뿐이었다. 쇼 역시도 같은 광고에 출연했다. 망할, 다섯 명 모두가 계약했다. 왜 쇼가 쥰의 포스터를 배경으로 셀카를 찍은 건지, 그것도 쥰의 다리 사이에 머리를 두고서? 당연히도 그 포스터를 촬영할 때 그와 같은 포즈를 취한 것은 쥰 뿐이지만, 이 사진의 맥락을 이해할 수 없었다. 쇼가 전달하려는 뜻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었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무슨 생각을 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에 어쩐지 쥰은 짜증이 났다.

쇼와 관련한 일에서, 쥰은 이해하지 못하거나 말문이 막히는 것을 싫어했다. 그의 어릴 적을 너무 많이 떠올리게 했다.

쥰은 시간을 확인하고는 문자를 썼다. 늦는 거 아냐, 쇼상? 촬영 8시부터야.

근면성실한 쇼는 절대 늦을 리가 없지만, 쥰은 달리 할 말을 찾지 못한 데다 이 사진을 답장 없이 내버려 두고 싶지 않았다. 지금과 같이 쥰이 자신의 능력 밖이라고 느낄 때마다, 그는 쇼에게 그들의 의무를 상기시켜줄 뿐이었다. 그들에게는 해야 할 일이 있고, 일을 할 시간이라는 것. 

폰이 울리자 쥰은 답장을 보고 거의 미소지을 뻔했다. 거의긴 하지만. 아직 충분히 카페인을 섭취하지 못했고 쥰의 기준에 아직 너무나도 이른 시각이었기 때문에, 쥰은 그저 폰을 끄고 잠깐이나마 쪽잠을 자보기로 했다.

난 벌써 도착했어. 그리고 네가 안 물어봐서 하는 말인데, 나도 공 잡았어.

문자에는 또 다른 셀카가 첨부되어 있었는데, 이번 사진에는 쇼가 자신의 포스터 앞에서 찍은 것이었다. 




쇼가 뜬금없이 자신의 셀카를 보내주고 하는 습관은 이윽고 규칙적인 사건이 되었고, 쇼의 스케쥴에 따라 쥰은 언제 또 사진을 받게 될지 예측할 수 있었다. 쇼가 뉴스 제로에서 일하는 동안에는 셀카를 받을 수 없었지만, 쥰은 뉴스를 통해 쇼를 보며 방송이 끝나자마자 수고하셨다고 감사 인사를 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쇼가 시야가레 코너를 촬영할 때에는 항상 셀카를 받았는데, 가끔은 쇼의 열정적인 얼굴과 (쇼의 얼굴이 사진의 반 이상을 가리지 않았더라면) 숨이 멎을 만큼 멋진 풍경 사진을 받곤 했다. 가끔은 쇼가 먹는 음식과 젓가락 사진을 엄지척 이모티콘과 받기도 했다.

쇼가 쉬는 날이면, 쥰은 꼭 한 장 이상의 사진을 받고는 했다. 편의점에 간 쇼가 사적인 시간을 방해받을 수도 있던 때에, 그는 쥰의 쥬렘 광고판 옆에서 마스크를 한 채로 셀카를 찍어 보냈다. 그 사진에서 쇼는 심지어 브이 포즈를 취하기도 했는데, 쥰이 쇼에게 생일 선물로 주었던 캡 모자는 그의 이마를 대부분 가려주었다. 

그래서 쥰은 어쩐지 쇼가 셀카를 보내주는 것에 익숙해졌는데, 여전히 맥락은 이해하지 못했다. 가끔은 상징물이나 유명한 관광 스팟에서의 평범한 쇼의 셀카를 받기도 했다. 몇 주 전에는 하치코 동상 옆에 서 있는 쇼의 사진을 받기도 했다.

가끔은 쇼가 자신의 광고 앞에서 찍은 셀카를 받기도 했다. 아플락 광고의 거위가 나오는 사진을 받기도 했는데, 그 캡션에는 내 옆에서 걷는 이 쿨한 인형을 봐.

그리고 또 가끔은 쥰의 얼굴과 함께 있는 쇼의 사진을 받곤 했고, 쥰의 광고와 찍은 쇼의 셀카에는 답장하기 어려운 캡션들이 붙어 있었다. 메이지의 키노코노야마 광고와 찍은 셀카에는 그래서 위에서부터 먹어? 아니면 아래에서부터? 아니면 둘 다? 쥰의 광고와 찍은 사진에서는, 쇼는 다른 사진에서는 발휘하지 않는 성실함으로 꼭 쥰의 얼굴이 사진 안에 들어오도록 했다. 

쥰의 사진첩이 쇼의 이마들로 가득해지자, 이제는 무슨 뜻인지 물어봐야 할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그 화제를 어떻게 꺼내야 할지 모를 뿐이었지만. “근데 계속해서 내 광고 옆에 서서 셀카를 찍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거야?”라고 묻는 건 무례할 것 같았다. 그리고 쇼가 미스터 베이크나, 사론 파스나, 미스터 도넛 광고 앞에서도 똑같은 것을 할지도 몰랐고.

잘 들어주는 귀와 아마도 좋은 조언이 필요할 때, 쥰이 결국 이야기를 꺼내게 된 것은 오노에게였다. 

오노는 쥰의 아파트에 몇 번 와본 적이 있었고, 쥰이 해야만 하는 말에 오노가 귀 기울이게 하기 위해서는 기린 맥주 한 캔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불행하게도, 오노와는 달리 쥰은 본론에 들어가기 위해서 한 캔 이상을 마셔야 했다. 이야기를 진행하려면 쥰은 충분히 취해야 했고, 와인 병을 열어 반 쯤 비우고서야 마침내 오노에게 사진첩을 보여주었다.

“오, 전부 쇼군이네.” 오노가 맥주를 홀짝이며 말했다. 오노는 놀랐더라도 놀란 티를 그닥 내지 않았다. 그는 갑자기 낄낄거리기 시작하며, 쥰의 GOO.N 광고와 함께 찍은 쇼의 사진을 눌러보았다. “이 사진에 붙은 캡션 아직도 기억한다고 해줘, 마츠쥰.”

쥰은 기억하고 있었고, 1985년도 와인을 충분히 들이키고 나서야 말을 꺼냈다. “내가 광고하는 것처럼 정말 부드러운지, 나한테 하나 있으면 자기도 직접 만져봐도 되는지 물어봤어.”

오노는 어깨를 흔들며 웃었다. 순수한 즐거움에 취한 나머지, 쥰이 놓아둔 코스터 위에 맥주를 내려놓아야 할 정도였다. “이상하지 않아?” 쥰이 불만을 내비치며 물었다. “내가 왜 기저귀를 갖고 있겠어?” 광고를 찍었다고 해서 회사에서 그 상품을 보내주는 것은 아니었고, 쇼 역시도 알고 있을 게 분명했다. 쇼도 에센셜을 화장실에 쌓아뒀을 리가 없잖아?

오노가 웃음을 멈출 생각을 하지 않자, 쥰은 그의 팔뚝을 가볍게 쳤다. “그 정도로 재밌는 거 아니잖아.”

오노는 고개를 흔들며, 손가락으로 오른쪽 눈가를 훔쳤다. “쇼군 정말 귀엽다, 그렇지 않아?”

“아니거든.” 쥰이 손에 쥔 와인잔을 살짝 저으며 대답했다. “이상하지. 뭐, 언제나 이상했지만 최근에는 더 이상해졌어. 너네들한테도 보내?”

오노는 코를 가볍게 긁고선, 기린 맥주캔을 들어 올려 한 모금 마셨다. “가끔은.” 오노의 수수께끼 같은 대답에 쥰은 인상을 찌푸렸다.

가끔일 뿐이야? 쥰은 쇼의 셀카만을 위해 만들어둔 사진 폴더를 확인했다. 거의 50장 이상이었고, JAL 셀카로 시작된 지 겨우 몇 달 밖에 안 되었다. 매일 쇼에게서 사진을 받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나한테는 셀카를, 많으면 일주일에 세 번도 보내.” 쥰이 말했다. “매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고, 답장을 보내지 않으면 다른 걸 또 보내.”

그 말에 오노는 또 웃음을 터뜨렸다. “그냥 네 의견이 궁금한가 봐.”

“어떤 것에 대한 내 의견을? 얼굴? 맨날 본다고. 내가 너네들 옆에 있지 않을 때에도, 어디에서나 그를 본다니까.” 가장 최근에 쥰이 기차에 탔을 때, 그의 눈 앞에는 열차 옆면에 붙은 쇼의 아지노모토 광고가 있었다. 그는 여전히 그 광고가 쇼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쇼가 진정으로 얼마나 대식가인지 팬들이 알 수만 있다면야, 의심할 여지 없이 다들 쥰의 평가에 동의할 것이었다.

“그냥 네가 어떻게 말하는지 알고 싶은가 봐. 언제나 늘 그래왔잖아. 네 피드백을 원하는 거지.” 쥰으로서는이해할 수 없는 인내심을 보이며 오노가 말했다. 쥰은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를 오노가 알고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쥰은 어깨를 으쓱하고선 와인잔을 내려놓았다. “바로 그거야, 리더. 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이런 것에 뭐라고 대답하겠어? 만약 시부야 교차로에서 들키지 않고 서 있는 사진이라면야 이해하겠어, 정말이야. 그렇지만 내 얼굴이랑 같이 있는 그의 얼굴에, 캡션에는 나만 빠졌다고 하는데, 내가 뭐라고 해야 해?”

오노가 작게 인상을 찡그리고선 그를 바라보았다. “음, 뭐라고 했는데?”

쥰은 JAL 셀카를 떠올렸다. 이 모든 것을 시작했던 그 사진. “우리가 같이 찍을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했어. 난리가 날 거라고.”

오노는 맥주캔을 입술로 가져가며 쥰을 이상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쇼군 힘들겠구나.”

그 말에 쥰은 혼란스러웠다. “뭐가?”

오노는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대신 TV 리모컨을 찾아 소파를 뒤적거렸다. 쥰은 몇 번이고 오노를 찔러보았지만 더는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결국, 오노는 자고 가기로 하고 심야 건담 재방송을 켜두고 소파에서 잠들었다. 




쥰은 오노와의 대화를 머릿속에서 떨칠 수가 없었다. 그 대화는 명확함 대신에 더 많은 혼란만을 가져왔고, 이제 쇼가 그에게 사진을 보내올 때마다 쥰은 쇼가 힘들 거라던 오노의 말을 떠올렸다. 쥰은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는지, 자신만이 사진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니노나 아이바에게는 물어볼 엄두를 못 냈는데, 니노는 그저 쇼에게 직접 물어보라고 할 것이었다. 아이바는 자기가 대신 물어봐 주겠다고는 할 테지만, 쇼의 대답을 전해주지는 않을 것이다. 대답을 전하는 게 더 재미있다면, 아이바는 그 대답을 혼자서 간직하곤 하는 그런 친구였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는 더 이야기하지 않았다. 쇼는 계속해서 사진을 보내주었고, 쥰은 하던 대로의 답장을 고수했다. 가끔은 아예 답장을 하지 않기도 하며.

처음 그가 답장을 하지 않았을 때, 쇼는 사진을 하나 더 보냈다.

하지만 쥰이 답장을 하지 않는 빈도가 늘어나자, 쇼는 갑자기 멈췄다.

쥰이 쇼에게서 셀카가 오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채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빠르게 대화창을 확인하자, 마지막에 사진을 받았던 것은 12일 전이었다. 그 사진은 쇼가 기린 광고 앞에서 찍은 것이었고, 사진의 캡션은 만약 너한테 내 눈을 가리라고 했으면, 넌 했을 거야?

그 사진에 쥰은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 답장을 하지 않았고, 그가 깨닫기도 전에 셀카가 오던 것이 멈췄다. 답장하지 않으면 또 다른 셀카가 오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지만, 이번에는 아니었다. 여전히 쇼는 방송에서 평소의 우스꽝스러운 캐릭터를 내보였고, 특히 시야가레에서는 그 단계를 더 높이기도 했지만, 쥰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분명 쇼는 이번 주의 몰래 여행 코너를 촬영했을 텐데, 그래서 내가 변장 스타일을 바꿔야 할 거라고 생각해? 라던 전형적인 메시지도 받지 못했고, 그보다 더 드물게 받곤 하던 내 모자가 사람들한테 ‘이봐요, 여기 사쿠라이 쇼가 있어요!’라고 하는 걸까 아니면 내가 그렇게나 티 나는 걸까? 도 받지 못했다.

쥰은 이것—그들 사이의 이것이 무엇이든 간에—에 익숙해졌다는 것, 심지어 좋아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그리고 때때로 쇼에게서 받는 사진을 기대하게 된다는 것이 싫었다. 하지만 더 싫은 것은 그가 더 빨리 깨닫지 못했다는 사실이었다.

어쩌면 메시지들을 받는 것은 그 이유에 대해서 생각할 시간을 더 줄여주었던 것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 사진들이 오는 것이 멈춘 지금, 쥰은 왜 이게 시작되었고 왜 갑자기 끝나버리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만 생각하게 되었다.

뭔가 잘못 말했을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게, 그게 잘못이었을까? 쇼는 그가 매번 답장하기를 기대했던 걸까? 답장하지 않은 쥰에게 화가 났을까? 화가 난 거라면, 왜 프로그램을 함께 녹화할 때마다 티를 내지 않는 걸까?

쥰의 손가락은 쇼가 보냈던 마지막 사진 위를 방황했다. 쇼의 얼굴은 빛에 의해 대부분이 가려져 있었다. 그는 광고 속 쥰의 얼굴 앞에 서기 위해 빛을 등지고 서 있었다. 광고판에는 그들 다섯이 있었다. 쥰은 확신했다. 하지만 너무 티나지 않기를 바라며 모자를 눌러쓴 쇼의 부정할 수 없는 실루엣과 함께 찍힌 것은 쥰의 얼굴뿐이었다.

쥰이 감히 추측해본다면, 쇼가 쓴 모자는 쥰이 그에게 준 것 같았다.

쥰은 스케쥴을 확인하고, 내일 오프인 지 매니저에게 확인했다. 그는 최근에 상대적으로 한가했고, 다음 주 화요일까지는 쇼를 만나지 않을 것이었다.

그는 나리타 주변이 시작하기 좋은 장소일 거라고 생각했고, 내일을 위해 알람을 맞추었다.




계획하는 것은 쉬운 편에 속했다. 이제서야 깨달았지만, 계획대로 움직이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이었다.

하지만 빠르게 해내지 않는다면, 사람들의 관심을 끌 것이었다. 쥰은 페도라와 그의 믿음직한 선글라스로 얼굴 대부분을 가렸지만, 눈썰미 좋은 팬 한 명만 마주쳐도 들켜버릴 것이었다.

이건 쇼의 코너가 아니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쥰은 약간 짜증이 났다. 평온하게 하고 싶은데, 이 장소가 너무나도 붐비는 것이 싫었다. 속으로 숫자를 세어 100에 도달하자, 쥰은 어깨를 똑바로 펴고 선글라스를 벗었다. 빠르게 한다면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쥰은 폰을 들어 올려, 빠르게 터치하고, 어떻게 찍혔는지 확인하고서는 선글라스를 다시 끼며 내내 작게 불평을 내뱉으며 그 자리를 떴다. 이 모든 게 쇼 때문이었다. 쪽팔리는 짓을 했을지도. 트위터에 사진이 뜨기라도 한다면, 쥰은 분명 쇼를 탓할 테다. 

안전하게 택시에 타서 호기심 많은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숨자마자, 쥰은 메시지 앱의 스크롤을 내려 쇼의 이름을 찾았다. 내일의 타블로이드에 이 사건이 뜨지 않기를 바라면서, 방금 찍은 그 문제의 사진을 터치하여 첨부했다. 

누군가 묻는다면, 쥰은 그저 자신의 JAL 클래스 J 광고 앞에서 사진을 찍은 게 아니었다. 그는 어쩌면 금이 갔을지도 모르는 쇼와의 관계를 개선하고자 한 것이었다. 아라시를 위해 한 것이었다. 그들의 팬들을 위해서, 아라시의 동지애를 유지하기 위해서. 

한참 동안 쥰은 적절한 캡션을 고민했다. 사진 자체로는 별 게 아니었다. 쥰의 페도라와, 착각할 수 없는 눈썹과 커다란 눈이 사진 아래에 있었고, 배경으로는 커피잔을 들고 있는 쥰과 노트북을 들고 있는 쇼가 있었다. 컨셉은 비슷했지만, 쇼가 찍은 사진과는 전혀 달랐다. 

쇼가 찍곤 하는 것과 비슷한 셀카를 찍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쥰을 소름 돋게 했다. 니노는 쇼가 “아저씨 셀카”를 찍는다고 했다. 아이바는 쇼가 “재능은 없지만 귀여우니까 괜찮다”고 했다. 오노는 그 셀카들과 쇼를 가리켜 대체로 귀엽다고는 했지만, 그건 오노는 그들 중에서 최연장자였고, 아마도 그가 셀카를 찍는다면 자동으로 “아저씨 셀카” 카테고리에 들어가게 되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아라시를 위해서, 쥰은 마음 속으로 되뇌었다. 이걸 알게 되면 영원토록 그를 놀리게 될 니노를 떠올리며 다시 한번 소름 끼쳐 하며, 문자를 입력했다. 쥰은 문자를 다시 들여다보지 않고 전송해버렸고, 머릿속에서 묻어버리려고 했다. 그가 그들 다섯을 위해 하는 일들. 리더와 다른 멤버들이 알기라도 한다면… 아니면, 절대 모르는 게 나을 것이다.

몇 분 후에 쥰의 폰이 울리자, 그는 조심스레 확인해보았다. 하지만 조심스러움은 만족스러운 웃음이 되었고, 쇼의 답장을 읽으며 쥰은 고개를 저었다. 독창성이라고는 하나도 없다며 쇼를 추궁하고 싶었지만, 역시나, 쥰이라고 더 낫진 않았으니. 

너만 빠졌잖아, 가 쥰이 보낸 내용이었다. 

뭐, 그렇다고 우리가 같이 찍을 수는 없으니까. 난리가 날걸, 이 쇼의 답장이었다.

쥰이 답장을 하려고 할 때 폰이 다시 울렸고, 그는 적고 있던 내용들을 모두 지워버렸다. 아니면 가능할 지도. 다음 번에? 쇼에게서 왔다.

다음 번에. 쥰이 답장했다.

쇼가 엄지척 포즈를 하고있는 셀카를 받고서, 쥰은 여전히 택시 안에 있다는 것에 개의치 않고 웃었다.




다음 번은 빠르게 찾아오지 않았고, 쥰은 그들이 이상적인 이야기를 했을 뿐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쇼는 사진 보내는 루틴을 다시 시작했고, 이번에는 쥰은 그걸 당연하게 여기지 않았다. 답장을 할 수 있을 때 답장을 했고, 쇼가 다양한 장소에서 또는 다양한 것과 함께 그의 얼굴 사진을 보낼 때 가끔씩 쥰도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사진을 찍어 보내기도 했다.

쇼가 음식과 함께 찍은 사진과 함께, 극찬과 엄지척 이모티콘을 한가득 보내면, 쥰은 자신이 먹고 있던 음식이나 먹으려고 하는 음식의 사진을 찍어 답장으로 보냈다. 그들의 대화창은 이제 대부분이 사진들로 이루어져 있었고, 쥰은 사진들이 제 역할을 해주는 것에 만족했다. 

쥰의 폰 안에 쇼의 사진을 모은 폴더는 이제 70장 후반에서 80장 초반쯤이 되었고, 쥰은 이걸 누구에게도 보여주는 일이 없기를 바랐다. 쥰과 쇼는 이걸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으니, 그들 외에는 아무도 모를 것이었다. 니노에게 이걸 보여주느니, 나리타에서 눈에 띄지 않게 셀카를 찍는 게 나았다. 니노는 의심할 바 없이 그 짜증 나는 미소를 지어 보일 것이었다. 쥰은 모르는 무언가를 알고 있으면서 알려주려고 하지 않을 때마다 지어 보이는 그 표정 말이다. 

쥰은 여전히 쇼가 메이지나 GOO.N, 또는 기린에 대해 물어보았던 질문들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최소한 정기적으로 소통하고 있었으니, 쇼가 갑자기 조용해지는 것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심지어 가끔은 쥰이 먼저 쇼에게 사진을 보내기도 했다.

처음으로 쥰이 먼저 사진을 보냈을 때, 쇼가 답장하기까지는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답장은 놀란 표정의 이모티콘 뿐이기는 했지만. 쥰이 쇼에게 닥치라고 하려던 차에, 신문에 얼굴 반이 가려진 쇼의 사진을 받았다. 

쥰은 그 답장을 입력하던 때를 여전히 기억했다. 수고 많으셨어요, 제로상. 

그래서 이제 그들에게는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 몇 달 전의 쥰에게 이상한 현상이었던 것이, 이제는 그의 삶의 일부가 되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이제는 쇼와 사진을 주고받는 것을 기대하게 되었다. 특히 쇼가 시야가레의 코너를 촬영할 때는. 쥰이 자신의 코너를 촬영할 때는, 겨우 몇 개만 보낼 뿐이었다. 쇼는 절대 불평하지 않는데, 가끔 쥰은 그들의 메시지가 대부분이 사진이어서 그런 것일지 궁금해졌다. 캡션을 제외하고서는 단어를 거의 쓰지 않았다. 쇼의 캡션은 여전히 이상하고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쥰은 익숙해졌다. 쥰의 캡션은 대부분 이모티콘이 붙었다. 쇼와 달리, 그는 거의 글을 쓰지 않았고 가급적 계속 그렇게 하려고 했다. 

“그나저나 쇼쨩 파푸아뉴기니 간다고 하던데.” 어느 날 니노가 쥰에게 말했다. 그들은 메이크업 담당자가 리더와 아이바의 머리를 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한테 거기서 찍은 사진 왕창 보내줄 게 분명해.”

왕창 정도가 아냐, 쥰은 생각했다. 다른 멤버들도 역시 쇼에게서 셀카를 받겠지만, 쥰은 가장 많이 받는 것은 자신일 거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쇼가 외국에 나가면, 더 많은 사진을 받게 될 것이 분명했다.

쥰은 쇼가 보낼 사진들에 대비해서, 답장으로 뭘 보낼 수 있는지 마음속으로 메모했다.

하지만 정말 사진이 왔을 때, 쥰은 그저 폰을 바라보기만 했다. 베란다에 있는 화분 사진을 보내려던 생각들은 사라져버렸다.

쇼는 일반적인 사진을 보내왔는데, 그의 젖은 머리는 뒤로 넘겨져 있었고 이상하게도 물안경을 머리띠처럼 쓰고 있었다. 물안경에 달린 스노클링 튜브는 그의 귀 근처에 머물러 있었다. 검정색 셔츠가 몸통에 달라붙어 있는 쇼의 모습은 다이빙을 하고 막 나온 것 같았다. 사진은 흐릿하지 않아서, 쥰이 폰 화면을 두 번 두드리자 쇼의 얼굴 전체에 묻어있는 물방울들을 볼 수 있었다. 물방울들은 쇼의 턱선을 따라 매달려 있었다.

쥰은 그 사진에 어떻게 답장할지 몰라 눈을 깜박였다. 쇼는 매력적이었고, 언제나 그래왔지만, 그는 우스꽝스럽기도 했다. 그 덕분에 그의 매력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으로 중화되곤 했다. 쥰은 쇼가 어떤 악의를 갖고 이 사진을 보내지 않았을 거라고 확신했다. 사진의 캡션인 여기 바다 정말 깨끗해, 맛짱! 이 어떤 힌트라도 된다면.  

문제는, 쇼는 분명 이 사진 속의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멋진지를 모른다는 것이었다. 쥰은 얼이 빠졌다. 그의 손가락은 그 사진 위에 너무 오래 올려져 있어서, 마침내 ‘사진 저장’ 옵션 창이 떴다.

이제쯤 되니 쥰은 쇼의 소위 “아저씨 셀카”를 저장하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대부분의 사진들은 쇼의 이마가 얼마나 광활한지를 보여주곤 했지만—그건 그들이 주니어일 때부터 쥰이 알고 있던 사실이다— 그 사진들은 폰에 쉽게 저장할 수 있었다. 

이 사진은 쇼의 벙거지 모자와 이상한 표정들을 담은 폴더에 같이 넣기에는 너무나도 다른 사진이었다. 쥰은 쇼의 젖은 머리칼과 그의 몸에 달라붙어 어깨선을 부각하는 셔츠를 탓했다. 얼마나 쳐져 있다 하더라도 그 어깨는 단단해 보였고, 쇼가 운동복과 헐렁한 핏의 셔츠 아래로 인상적인 근육들을 숨겨놓고 있을 거라는 쥰의 의심을 확인시켜주었다. 

다시 한번 자신의 결심을 검토하기 전에, 쥰은 사진을 저장했다. 브라질에서 수입한 선인장 화분을 찍은 인간미 없는 사진을 답장으로 보내기로 했다. 누나에게서 받은 거야, 를 캡션으로 써서. 그 사진 때문에 쥰이 얼마나 언짢아졌는지 쇼가 눈치채지 못하기를 바라면서.

쥰은 여전히 쇼를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쇼의 셀카를 모아둔 것을 다시 훑어보며, 어쩌면 이상한 사람은 자기 자신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보고 있는.




마침내 쇼의 말도 안 되는 행동이 더 심해진 날이 왔다. 

파푸아뉴기니에서의 기억할만한 사진 이후로 쇼는 그 비슷한 종류의 사진을 쥰에게 보내지 않았는다. 하지만 시야가레에 겡킹[각주:2]상을 초대한 사람이 누구인지 몰라도, 그들은 어떻게든 공범일 것이었다. 

게임은 간단했다. 평소 찍던 아라시 달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셀카 찍는 방법을 배웠는데, 카메라가 돌아가자 니노가—그 망할 새끼가—낄낄거렸다. 쥰과 쇼의 “완전히 평범한” 사진 교환에 대해서 니노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 쥰은 궁금해졌다. 

그들이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괜찮은 퀄리티의 사진을 찍어보라는 주문을 받았을 때, 쥰은 쇼가 이 기회를 틈타 그의 판돈을 올리리라는 것을 알았어야 했다. 쇼의 거대한 이마, 괴상한 벙거지 모자가 등장하는 무해한 셀카들이 더 이상 계속되지 않으리라 의심했어야 했다.

사진을 공개하기 전에 니노는 쥰에게 경고를 했는데, 쇼의 주제가 조금 놀라울지도 모른다고 그의 귀에 가볍게 속삭였다. 분명 쇼에게 무슨 꿍꿍이가 있다며. 쥰은 니노가 그저 폰 카메라와 쇼가 함께 있을 때마다 하던 경고일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니노가 그들의 셀카 교환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것인데, 그것은 쥰이 지금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주제요?” 쇼가 쥰을 바라보지 않으려 하며 말했다. “‘방금 일어난’ 왕이요.”

그 말에 쥰은 미간을 찌푸리며 니노와 시선을 주고받았다. 니노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을 돌려주었는데, 그러다 갑자기 니노가 쥰 너머를 바라보며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와우!”

“우와!”는 스스로를 다잡기도 전에 쥰의 입에서 튀어나가 버렸다.

분명 쇼는 이야기를 하는 중이었다. 자신의 테마에 대해 설명하면서. 하지만 쥰은 그저 모니터를 향해 눈을 깜빡이며,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을 이해하려고 했다. “아저씨 셀카” 따위 잊어버려, 쥰이 생각했다. 이 사진은 쇼가 한 번도 자신에게 보낸 적이 없는 것이었고, 쥰은 그 사실에 짜증이 났다. 특히 이렇게나 쇼가 능숙하다는 것을 알게 된 지금.

“상반신은 벗었고요,” 쇼가 선언하자 관객들이 즐거워했다. 쥰은 거의 눈을 굴릴 뻔했다. 고작 이 망할 코너에서 이겨보겠다고 옷까지 벗은 것이 쇼 자신만큼이나 우스꽝스러웠지만, 그 결과는 전혀 우스꽝스럽지 않았다. “하반신은,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더는 안 되겠군, 쥰은 생각했다. 이 에피소드를 녹화하기로 마음속으로 메모했다. 자신의 사진을 설명하는 쇼의 얼굴을 보기 위해서라도. 쥰은 카메라가 자기 자신을 찍지 않은 것에 감사했다. 혀를 볼 안쪽에 갖다 대고 여전히 모니터를 보고 있는 자신을. 이 사진을 극복하려면은 시간이 걸릴 것이었다. 아마 파푸아뉴기니에서 받은 다이빙 사진을 극복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오래.

별다른 일은 더 없이 촬영은 끝이 났고, 쥰이 폰을 확인하자 사쿠라이 쇼가 사진과 일련의 메시지들을 보냈다는 알림이 떠 있었다. 쥰은 혼자 있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메시지를 열어, 맨 위에서부터 읽기 시작했다.

니노는 내가 더 직접적이어야 한다고 했어. 참고로, GOO.N 사진을 제안했던 건 니노였어. 네가 아직도 기억한다면 말야. 그걸 이해 못하다니 믿을 수가 없어.

쥰은 혼란스러워졌지만 계속해서 읽었다.

JAL 사진과 파즈도라 사진 보냈을 때 난 충분히 직접적이라고 생각했는데 :(

쥰은 이해할 수 없었고, 계속해서 스크롤을 내렸다. 그 다음 메시지가 모든 것을 설명해주기를 바라며. 

기린 사진과 함께 보냈던 질문에 네가 대답하지 않았을 때, 난 포기하려고 했어, 알아? 하지만 아이바쨩이 딱 맞는 사진 하나만 있으면 될 거라고 했어. 사토시군은 너랑 이야기해봤다며 포기하면 안된다고 했고.

뭘 포기해? 쥰은 엄지 손가락으로 스크롤을 내렸다.

네가 화분에 빠져있는 것도 난 귀엽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맛짱, 내가 다이빙 사진을 보냈을 때 답장으로 받고 싶었던 건 전혀 그런 게 아니었다고. 

원한을 품고 있는 건가? 쥰이 변명을 해보자면, 그 사진은 답장을 보내기가 힘들었다. 가급적 인간미가 없고 거리를 두는 것만이 옳은 것이었다. 그의 솔직한 답장은 최소 부적절하고, 아마도 환영받지 못할데다 심지어 불쾌하기까지 할 것이었으니.

그러니 네가 아직도 이걸 이해하지 못한다면 내가 뭘 더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니노랑 아이바짱은 내 기술이 부족하다고 하고, 내 사진들이 더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어. 네가 사진을 이해할 수 있게 하려면 내가 진짜 좋은 사진을 보내야 한다고. 

메시지는 여기에서 끝났다.

스크롤을 내리자, 아까 세트장에서 보았던 것과 비슷한 사진이 와 있었다. “방금 일어난 왕” 테마에서의 또 다른 컷이었다. 여전히 촬영장의 더러운 카펫 위에 누워서, 뺨을 팔에 갖다 댄 쇼의 사진이었다. 하지만 그의 눈은─아까 니노가 정말로 "반짝거린다"며 칭찬했던─바뀌어있었다. 이 사진에서 쇼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있었고, 튀어나온 아랫입술은 반들거렸다. 

캡션은 세트장에서 말했던 것과 똑같았다.

하반신은, 상상에 맡길게. 

쥰은 재빠르게 문자 창을 터치했다. 더 이상 아무것도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쥰이 마음속에 떠오른 말을 보내기도 전에 그의 폰이 울렸고, 쇼에게서 온 또 다른 메시지가 대화창에 떴다. 그걸 읽고 쥰은 웃었고, 이 대기실에 혼자 있는 것에 감사했다. 

아니면 저녁 식사 먼저 해도 좋아, 네가 원한다면. 

쥰은 내 상상력은 이미 충분히 창의적이야, 쇼상 이라고 적고 있던 답장의 앞부분에 그럼 집에 찾아가 벨을 누를게, 를 추가하고 전송 버튼을 눌렀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불안해하며 쥰의 답장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쇼의 답장은 너무나도 빨랐다. 엄지척 이모티콘에 쥰은 또 한번 즐겁게 웃음을 터뜨렸고, 이어 얼마나 창의적인데? 라는 짧은 질문이 왔다. 

쥰은 일어서서 짐을 챙기고, 매니저에게 지하철을 탈 거라고 말했다. 그게 쇼의 집에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이었다. 빨리 간다면 30분만 걸릴 정도로.

쥰은 쇼의 아파트 문 앞에 선 후에야 답장을 보냈다. 손가락으로는 초인종을 누르며.

내가 보여줄게.



(끝)


아라시 / 사쿠라이 쇼 / 마츠모토 쥰 / 쇼쥰 / 쇼준 / 사쿠쥰 / 사쿠준 

  1. 캡션 : 삽화, 사진 따위에 붙는 짧은 해설문. [본문으로]
  2. 150815 아라시니시야가레 게스트. 셀카 선수권 코너 참고하세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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