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eep end

[아라시팬픽/쇼쥰/번역] Silvered Gold of Dying Days - 5 본문

팬픽/번역

[아라시팬픽/쇼쥰/번역] Silvered Gold of Dying Days - 5

SPICA*쥰 2019. 1. 21. 01:17

번역 관련 공지 확인하기 / 1편부터 읽기




쥰은 재빠르면서도 꼼꼼하게 샤워를 끝내고, 허리에 수건 하나만 두른 채 밖으로 나왔다. 문턱을 나서자마자, 여전히 소파에 앉아있는 쇼와 시선이 맞았다.

쥰은 자신의 몸이 어떻게 보이는지 알고 있었다. 쇼의 시선이 헤엄치며, 자신을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훑어보는 것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그의 앞에 가서 섰다.

“당신이 요청한 대로 샤워했어요.”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음에도 쥰은 말했다.

“그렇네요.” 대답하는 쇼의 목소리는 거칠었고, 마치 쥰을 만지기 전까지 겨우 몇 초 만을 남겨 놓은 것 같았다. “당신에게서 정말 좋은 냄새가 나요.”

“그리고요? 또 뭘 원하죠?” 쥰이 물었다. 제 왼쪽 젖꼭지 옆에 있는 점에 쇼의 시선이 멈춘 것을 바라보며.

“지금부터 섹슈얼한 관계를 맺고 싶다는 것에, 당신이 정말 완전하게 확신하는지를 알고 싶어요.” 쇼의 목소리 톤은 평평하고 거의 단조로웠다.

쥰은 쇼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표현하다니 믿을 수가 없네요. TV 홈쇼핑 채널에서나 듣는 것 같잖아요.”

쇼는 그저 진지한 눈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확신해요?”

“이렇게 만나게 되었으니, 이제 우리 관계가 어떻게 될지 알고 싶어요.”

“그건 긍정도 부정도 아니에요.” 쇼가 눈을 가늘게 떴다. “난 지난 몇 달 동안 전화 통화를 제외하고는 당신에게 거의 완벽하게 익명을 유지해왔어요. 당신도 내가 어떤 의도에서 이야기하는지 이해할 거예요. 당신은 나에 대해 알지 못했잖아요. 어제까지는요.”

“당신도 어제까지는 날 몰랐죠.” 쥰이 이유를 댔다.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자신을 중요한 사람으로 느끼게 해준 사람의 얼굴을 마침내 알게 된 것은 짜릿했다. “하지만 난 이제 당신을 알게 된 거 같아요. 내가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 때마다, 당신은 내게 선물을 보내주는 것을 좋아해요. 당신 역시도 날 행복하게 해주고 싶기 때문이죠. 내가 당신에게 뭔가를 요청하는 것도 좋아하죠. 그게 당신이 이 관계에서 원하는 것을 얻게 해주기 때문이구요. 그리고 난 당신이 사쿠라이 쇼라는 것을 알아요. 그걸로 다 설명이 되죠. 이 모든 걸 나에게 사주고서도 침착하라고, 그냥 받으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가요.”

쇼는 잠시간 시선을 돌렸다. “여전히 내 질문에 대답하지는 않았어요.”

쥰은 마음속으로 숫자를 세야 했다. 거의 헐벗은 상태로, 아직도 세부 조항을 따지고 있어야 한다니. 끊어진 이성으로 쥰을 만지기까지 그저 몇 초 밖에 남겨 놓지 않은 것 같은 남자와. “확신해요. 이거면 되나요?”

“그렇다면, 당신의 하드 리밋[각주:1]을 알고 싶어요.” 쇼가 말했다.

쥰이 눈을 깜빡였다. 지금 제대로 들은 거 맞아? “내 하드 리밋이요?”

쇼가 폰을 꺼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니, 소프트 리밋도 알고 싶어요. 그걸 알기 전에는 시작하지 않을 겁니다.”

물론 고마웠지만, 그럼에도 이 시점에서 이야기하리라고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하지만 다시 한번, 쥰은 쇼에게 이상한 타이밍에 말을 꺼내는 성향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쥰은 한숨을 쉬었다. “알았어요. 스캇[각주:2]은 싫고, 워터스포츠도—”

“알아요. 나라고 좋아할 것 같아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의 쇼가 말을 가로챘다.

쥰이 웃었다. “그냥 장난친 거예요.” 쇼가 조바심을 내며 코를 찡그리는 모습을 즐기며. 어쩌면 쇼는 쥰에게 그렇게까지 면역이 되지는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이게 다예요. 나한테 침 뱉지 말아요. 수치심이 들게 하는 것도 싫어요. 별칭으로 부르지도 말고요. 애완동물 역할극도 할 생각 없으니, 나에게 목줄 채울 수 있을 거란 기대는 하지 말아요. 당신을 주인님이라고 부르지도 않을 거고, 단 몇 시간일 뿐이라도 당신의 노예가 될 생각도 없어요. 목 조르는 거든, 질식성애든, 당신이 뭐라고 부르든지 간에 절대 안 돼요. 난 깨끗하지만, 당신의 기록들을 모르니 콘돔 없이는 섹스하지 않을 거구요. 내게 여장시킬 수도 없어요. 핑크색 레이스 끈 팬티를 입느니, 아무것도 안 입지 않겠어요.”

쇼는 예상했다는 듯이 손가락을 움직이며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깨끗해요, 참고로요. 하지만 당신 말이 맞아요. 소프트 리밋은요?”

쥰은 잠깐 동안 생각을 해야 했다.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밧줄이나 어떤 종류로든 묶는 걸 해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묶이는 것을 그렇게 즐기지는 않지만, 상황이 된다면야 한번 시도해볼 의향은 있어요. 우리가 완전하게 협의한다면 말이죠.” 쥰은 어깨를 으쓱했고, 쇼의 시선이 자신의 어깨의 곡선에 머무르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 외에는, 내 허락만 맡는다면 뭐든 해볼 수 있어요. 더 생각나는 게 있다면 알려줄게요.”

쇼는 고개를 끄덕이며, 쥰에게 그의 폰을 보여주었다. 불릿 기호로 정리한 메모를 보며 쥰은 미소 지었고, 잘못된 것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선 고개를 끄덕였다. 쇼는 재킷 주머니에 폰을 넣고선 다시 그를 올려다보았다.

“세이프워드[각주:3]가 필요해요. 당신의 세이프워드요.” 쇼는 손등으로 턱을 받치며 말했다. 수트를 입고, 눈썹 위로 살짝 내려온 긴 머리가 잘생김을 더해준 그의 모습은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

쥰은 지금 일어나려고 하는 일이 무엇이든 간에, 그 무엇도 지금처럼 원한 적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코네.” 쥰은 제일 먼저 떠오른 단어를 재빨리 말했다.

“하코네.” 쇼가 수긍하며 되풀이했다. “우리가 이걸 하는 동안은 그 단어인 거예요.”

“좋아요.”

그들의 시선이 다시 한번 맞았고, 쥰은 서로 협의한 것을 이해하는 동안 몇 초의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렸다.

그러자 쇼가 침대를 가리키며 턱짓을 했다. “침대로 가요.”

쥰은 무릎의 뒤쪽이 매트리스에 닿을 때까지 뒷걸음으로 침대로 향했다. 침대 끝에 앉아 쇼를 바라보며 기다렸다.

“오늘 밤에는 당신을 만지지 않을 거예요.” 쇼의 말에 갑자기 찌르는 듯한 실망감을 쥰은 애써 무시하려고 했다. “오늘 밤은요. 오늘은 그저 당신을 보고 싶어요.”

“요청해요.” 쥰은 쇼가 직접 말하는 것을 듣고 싶었다. 쇼가 그 깊은 목소리로 야한 이야기를 한다면, 쥰은 분명 빠져버리게 될 것이었다.


* 포스타입에서 읽기 (성인 인증이 필요합니다)



아라시 / 사쿠라이 쇼 / 마츠모토 쥰 / 쇼쥰 / 쇼준 / 사쿠쥰 / 사쿠준

  1. 하드 리밋/소프트 리밋 : 성행위와 관련해, 개개인이 절대로 하지 않을 것들/할 의사는 있지만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할 것들을 분류, 지칭하는 용어. [본문으로]
  2. 스캇/워터스포츠 : 대변/소변과 관련한 성행위. [본문으로]
  3. 세이프워드 : 섹스 파트너 사이에서 행위 중 ‘멈춤’을 약속하는 암호. [본문으로]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