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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시팬픽/쇼쥰/번역] Silvered Gold of Dying Days - 1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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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시팬픽/쇼쥰/번역] Silvered Gold of Dying Days - 1

SPICA*쥰 2018. 7. 15. 12:10

Silvered Gold of Dying Days 

쇼쥰(사쿠라이 쇼X마츠모토 쥰) / AU / 19금(Explicit) / (64907님의 원문 링크) 

“쥰에게 그가 추천되었다는 사실은, 아이바가 그에게도 쥰을 추천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런 종류의 일은 양방향으로 이루어지니까.”

* 원문 태그 : 슈가 대디, 대디 킹크, 적나라한 성적 묘사(자위, 세미퍼블릭 섹스, 가슴근육 섹스 등)

* 별도의 설명이 필요한 경우 1, 2와 같이 주석을 달았습니다. 그 외 번역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공지 포스트로 확인해주세요.

* 본 글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실존 인물들과 일체의 관계가 없습니다. 모든 내용은 허구임을 밝힙니다.




사무실로 호출된 것에서부터 눈치챘어야 했겠지만, 지난 주의 업무는 쥰의 혼을 빼놓을 작정인 듯 했고 그 덕분에 회사의 가장 높은 층에 올라가 직접 듣기 전까지 쥰은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잠깐, 뭐라고요?” 쥰은 혼란스러워하며 눈을 깜빡거렸다. “그러니까, 뭐라고 하셨죠, 사장님?” 뒤늦게서야 말을 수습했다.

히가시야마상은 그 답지 않은 인내심을 보이며 책상 위의 서류들을 뒤적거릴 뿐이었다. “축하한다네, 마츠모토군. 승진이야. 이제 우리 회사의 기술부 부장이 되었네.”

쥰은 놀랄 때마다 턱을 크게 벌리곤 하던 버릇을 떨쳐버려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전히 놀라웠다. 후보야 될 수도 있을 거라고는 알고 있었지만, 쥰보다 나이가 많은 직원들이 있었고 그들 중 하나가 타카야스상의 자리를 차지할 거라고 생각했다.

쥰의 이전 상사였던 타카야스상은 프라하에서 이직 제안을 받고서는 가족들과 함께 이주하기로 결정했다. 그의 퇴사는 지난 2주 동안 쥰의 부서 내에서 화제가 되었는데, 누가 다음 부장이 될지에 대해 부서 동료들 저마다 제 의견을 내고 싶어하기 때문이었다.

쥰 역시도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그의 선배들이나 그의 멘토였던 사람들의 이름들을 거론하며.

그 자신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저는…” 쥰은 정신을 차리고서 다시 목을 가다듬었다. “영광입니다, 히가시야마상.” 입이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타카야스상이 정말 막중한 책임을 남겨주었지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히가시야마가 일어서서 쥰의 등을 두드렸다. “타카야스가 추천했네, 마츠모토군. 그가 자네를 리스트의 제일 위에 적어낸 이유가 있을 테지.”

쥰은 사람들이 그의 능력에 커다란 믿음을 가지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다. 이 곳에 불려오기 전까지의 그는 일곱 명의 사원들을 관리하며 그들이 부장에게 업무를 제출하기 전 결과물을 조정하는 팀 리더였다.

그리고 이제 이 사무실을 나서는 순간부터 그는 부서 전체를 관리감독하게 될 것이었다.

한 번에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도 벅찬 일이었다.

그럼에도 쥰은 평정을 유지했다. “이런 기회를 얻게 되어 정말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그는 고개를 숙였다. “저희 모두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그의 부서 모두를 대표하여 대답했다. 이제 ‘그의’ 부서였다.

히가시야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 더. 인사과에서 자네를 만나고 싶어할테니, 돌아가기 전에 잠깐 들르게.”

쥰은 한번 더, 이번에는 경외와 인사의 의미를 담아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사장님.”




경영부는 쥰에게 좋은 소식을 주었지만, 인사과는 그러지 않았다.

“이게 뭐죠?” 쥰은 손에 쥔 폴더를 보며 물었다. 한번 들여다보긴 했지만, 자신이 본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인사과 비서는 뺨을 긁적였다. “타카야스상이 자신은 떠날 사람이라며 몇주 간을 미뤄둔 거예요. 더 이상은 기다릴 수 없어요. 미안해요, 마츠모토상. 방금 승진됐다는 것은 알아요.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제 이게 당신의 업무죠.”

“전 이 사람들을 안다구요.” 쥰은 강조를 하기 위해 덮은 폴더를 가리켰다. “이제 막 이 사람들을 책임지게 되었는데, 이 서류들을 보면서 누가 통과할 수 없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건가요?”

쥰은 평정심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서방의 최근 정치적 이슈 때문에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지금까지는 그런 건 그의 걱정거리가 아니었다. 직원들에게 구조 조정이 숨죽인 공포로 드리워져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자신이 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이렇게 이야기해보죠, 마츠모토상. 이 회사가 아니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을 고르면 됩니다.” 비서가 이야기했다. “해고로는 무너지지 않을 만큼 충분히 넉넉한 사람이요. 결정하고 우리에게 알려줘요.”

“이번주 말까지 시간을 줘요.” 떠날 채비를 하며 쥰이 말했다.

쥰을 향해 그녀가 인상을 찌푸렸다. “수요일까지만 기다리라고 하던데요.”

“금요일까지요.” 쥰이 단호하게 말했다. “제 부서 사람을 자르라고 시킬 거라면, 최소한 제 방식대로는 하게 해주세요.”

간결한 침묵이 흐른 뒤, 마침내 그녀는 뻣뻣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금요일에 뵙죠. 좋은 하루 되세요.”

쥰은 같은 인사를 돌려주진 않았지만, 예의상 고개를 기울였다.




쥰이 건물의 17층으로 돌아오자 환호성과 휘파람 소리가 쏟아졌다. 쥰이 등장하자, 그의 동료 중 몇몇은 박수를 치기도 했고 다른 몇몇은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승진 축하해.” 니노가 자신보다도 덩치가 훨씬 큰 쥰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말했다. “그럼 이제 우리 큐비클에서 너의 그 마이클 잭슨 사진들을 떼어내도 될까? 너 이제 부장 사무실에 갈거니까!”

“그렇게나 나를 보내버리고 싶은 거야?” 니노를 쳐다보며 쥰이 물었다. 쥰은 니노가 좋았다. 이 부서에서 니노는 회의 중에 온라인 게임을 하면서도 자신의 의견을 내놓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 누구도 니노처럼 여러 일을 한 번에 할 수 없었다.

“무슨 소리야, 이제 넌 내 상사인걸.” 니노가 윙크했다. “연설 할 거지?”

니노는 마지막 문장을 큰 목소리로 말했고, 그러자 곧 “연설! 연설!” 하는 소리가 쥰을 둘러쌌다. 쥰은 온화하게 고개를 젓고선, 손을 들어 주먹을 쥐어보이며 모두를 조용하게 만들었다.

“타카야스상은 따라가기 힘든 업적을 남기셨습니다. 정확하면서도 공정하신 분이었고, 이 부서의 모든 팀으로부터 무엇을 원하는 지 잘 알고 계신 분이었죠. 제가 맡고 있던 팀은 이제 니노미야상이 맡게 될 것이며, 10분 후에 모든 팀 리더들은 제 사무실에서 긴급 회의를 갖도록 합시다.” 쥰은 미소를 띄운 채 고개를 젓고 있는 니노와 시선을 교환했다. “업무와 관련된 이야기는 여기까지고요.” 격식을 갖추었던 걸 풀어내며 쥰이 말했다. “다들 고맙습니다. 최선을 다할게요.” 쥰은 고개를 숙였다.

모두가 웃으며 또 한번의 박수 갈채소리가 울렸다.


몇 번의 악수와 등을 두드려주는 사람들로부터 벗어난 쥰은 그제야 타카야스상이 썼던 사무실로 들어올 수 있었고 그제서야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이제 책임자가 된 것이다. 쥰이 알기로는 그의 부서에는 인턴을 포함하지 않고서도 서른 명이 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제부터 그가 그들을 책임지게 되었고, 이 현실은 인사과에서 올 때부터 계속 쥐고 있던 폴더를 들여다 볼 수 없게 만들었다.

쥰은 누구도 해고할 수 없었다. 그럴만한 사람이 못 되었다. 쥰은 필요하다면 사람들을 질책할 수는 있었지만, 사람을 해고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그는 이 부서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알았다. 회사에 들어온 이후로 거의 모든 사람들과 한 번 이상 함께 일을 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 이야기를 듣자마자 몇몇의 이름이 떠오르기는 했다.

하지만 그 사람들과 1대 1로 면담을 하고 나서 해고 사실을 이야기해야한다는 것은─ 그것도 자신은 이제 막 승진을 한 상황에─ 옳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해야할 일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쥰은 다른 생각을 해보려고 하며, 비어있는 벽에 자신이 갖고 있는 인증서 몇 개를 액자에 넣어 걸어놓는 상상을 해보았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방해받을 때까지는.

“쥰군?” 쥰이 들어오라고 하자 니노가 물었다. “부장님이나 마츠모토상이라고 불러야 할까?”

쥰이 코웃음을 쳤다. 니노와 5년 동안 큐비클을 함께 썼다. 니노의 앞에서는 격식 따위는 벗어던질 수 있었다. “평소처럼 불러. 네가 갑자기 바꾸면 이상할 거야. 하지만 부서 사람들 앞에서나 경영진들 앞에서는 말고.”

“당연하지.” 니노가 가슴 위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비서를 구할 건지 물어볼까 하고 왔어. 우리 부서의 모든 미혼 여성들이 물어보기 시작했거든. 내가 큐비클에 혼자 남은 걸 보고선. 정말 즐겁다구. 비록 오래가진 못할 즐거움이지만.” 니노가 궁금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래서 비서 구할 거야?”

“아니.” 쥰이 딱 잘라 대답했다. 타카야스상에게는 비서가 있었지만, 그녀는 안내데스크에 빈 자리가 나자 그 쪽으로 옮겨 갔다. 쥰은 비서 없이 어떻게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 확신은 없었지만, 누군가를 편애하는 것처럼은 보이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었다. 쥰은 자신이 한동안 부서 내에서 입방아에 오르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의 나이, 그리고 여자친구에 대해 알려진 것이 없다는 것 때문에.  그리고 이번 승진으로 분명 몇몇의 여자들이 그를 더 유심히 지켜볼 것이었다.

그는 신중해야 했다. “아직은 안 구할 거 같아.” 쥰은 손가락으로 머리를 쓸어넘겼다. “아직 결정 안 했어. 나 부장 된 지 45분 밖에 안 됐다고.”

니노가 웃었다. 그의 앞에선 스트레스 받는 것이나 압박을 느끼는 것에 대해 숨길 필요가 없었다. 니노는 이미 모든 것을 봐왔으니까. “그건 그렇지. 뭐, 아무도 여기 들어와서 너한테 물어보려고 하질 않길래, 내가 해볼까 했어.”

“사람들이 계속 너한테 물어보라고 시키는 걸 듣기 싫었다는 얘기겠지.” 쥰이 니노의 말을 바로잡았다. 부서의 몇몇이 어떤 사람인지 쥰은 잘 알고 있었다.

“너 소설 너무 많이 읽는 거 같아.” 몸서리치는 것을 숨기려 하지 않으며 니노가 말했다. “현대 문학의 경이로움에 대해서 비난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진짜로.”

쥰은 겨우 웃음소리를 내보였다. 니노가 온 덕분에 잠시간 생각을 돌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나 상자 하나 필요해.” 쥰이 화제를 바꾸었다.

그 이야기에 니노가 자세를 폈다. “마침내. 신이시여, 큐비클을 저 혼자 차지하게 되다니.” 니노가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경례를 했다. “상자 하나 준비해드리죠. 아니면 필요하신만큼 얼마든지요.”

“너 지난 5년 동안 그렇게 숨길 생각도 없이 나 싫어했던 거야?” 니노가 문을 열기 전에 쥰이 물었다.

“아니, 그럴 리가. 쥰군.” 니노의 목소리를 들으니 분명 웃고 있었다. “난 그냥 왼쪽으로 고개 돌릴 때마다 마이클 잭슨과 비틀즈를 보는 게 지긋지긋했을 뿐이야. 이제 내 물건들로 네 자리를 채울 거고.”

“그래봐야 내가 네 큐비클에 들어갈 사람을 찾을 때까지 뿐이지만!” 문을 닫는 니노를 향해 쥰이 말했다. 

다시 홀로 남은 쥰은 마침내 세련된 책상 뒤에 놓인 회전 의자에 앉았다. 책상 오른쪽에는 달력이 남아 있었고, 몇 장을 넘겨 이번 달 페이지를 펼쳤다.

4일 후면, 니노의 큐비클 말고도 또 다른 큐비클에 한 사람이 비게 될 것이었다.




금요일. 쥰은 벌써 장성하여 취업한 두 자녀가 있는 나카야마상으로 결정했다. 그는 일찍 결혼하여 이미 은퇴에 가까운 나이였다. 자신보다 두 배나 나이가 많은 사람을 해고해야 하는 것은 쥰을 괴롭게 했지만, 그는 이 모든 과정을 거치는 동안 침착을 잃지 않도록 노력했다.

나카야마상은 쥰을 그저 바라보기만 하다가, 그가 인사과에서도 이 결정을 승인했다는 내용을 겨우 전달하자 테이블에 이마가 거의 닿을 정도로 고개를 숙였다. 회의실에는 두 사람 뿐이어서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것에 쥰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체면 같은 건 신경쓰지 않은 채 자신이 정말 어떤 감정인지 드러낼 수 있어서.

“자네가 이 회사에 입사했을 때부터 지켜봐왔네, 쥰군.” 나카야마의 말은 쥰의 가슴 속 추한 감정들을 하나도 덜어주지 못했다. 쥰이 고개를 들자, 남자의 눈은 부드러워져 있었다. “이해하네. 자네가 얼마나 힘들지 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 결정이 자네한테도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는 알 것 같아. 고맙네.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맙군.”

“죄송합니다.” 쥰은 한 번 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이럴 필요가 없었더라면 좋았을 텐데요.”

“나야 어쨌든 은퇴할 나이가 가까웠으니.” 나카야마가 작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자네는 좋은 사람이야, 쥰군. 내가 자네를 교육시켰으니 잘 알지.”

“정말 죄송합니다.” 쥰이 말했다. 이런 감정이 드는 것이 싫었다. “자회사 중 하나에 지원하고 싶으시다면 인사과에서 이직을 처리해 줄 거라고 약속했습니다. 결정 내리시게 되면, 이직 절차가 처리되는 것을 제가 직접 확인하도록 하겠습니다.”

“결정하고 알려주겠네.” 나카야마가 약속하며, 일어서서 손을 내밀었다. “지금까지 정말 고마웠네.”

쥰은 남자의 손을 굳게 마주 잡았다. “아닙니다. 제가 감사하죠, 나카야마상. 좋은 기술들을 많이 가르쳐 주셨고, 덕분에 많은 빚을 졌습니다.”


부서 내에 소문은 빠르게 퍼졌고, 30분의 고요함 끝에 쥰의 업무 메일 알림음이 울렸다.

저녁에 술 마실래? 가 니노가 보낸 메시지의 전부였다. 아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었을 테고, 니노는 쥰을 잘 알기 때문에 지금 쥰이 어떤 기분일지도 추론해 냈을 것이었다.

금요일이기도 하니, 쥰은 스스로에게 휴식 시간을 주기로 했다. 업무는 물론이고 업무 환경에서의 온갖 변동 때문에 이번 주는 정말 힘든 한 주였다. 몇 년 간 큐비클에서 일하는 것에 익숙해져있던 사람에게 새 사무실은 감탄할만한 전경을 갖고 있었지만, 쥰은 그 공간에서 무엇을 해야할 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지금 그는 여러 선반과 상자, 그리고 각기 다른 폴더에 담긴 정리되지 않은 서류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왼쪽에 있는 책장에는 책과 포트폴리오가 일부만 들어차 있었으며, 벽에는 아직 어떤 학위나 인증서가 담긴 액자가 걸려있지 않았다.

쥰은 의자에 앉아 몸을 곧게 폈다. 무릎 관절에서 딱 소리가 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늘 가던 곳으로? 그는 니노에게 답장을 보냈다.

니노의 답장으로 엄지 손가락 이모티콘만이 돌아왔다.

그렇다면, 그걸로 결정.




업계 외에도 많은 인맥들을 갖고 있는 니노는 쥰이 기술 부서에 갓 들어왔던 시절에 이 바에 데려왔었다. 이곳은 그의 어릴 적 친구─또는 니노 표현대로 ‘소부센 절친’이라고도 하는─ 아이바가 운영하는 곳이었다. 그때부터 쥰은 훌륭한 바텐더이자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아이바와 친구가 되었다.

“니노가 너 승진했다던데.” 쥰이 의자에 앉아 바 카운터에 몸을 기대자마자, 아이바가 환영 인사를 건넸다. “축하의 의미로 첫 번째 잔은 내가 쏠게.”

“고마워.” 쥰이 아이바 뒤의 선반을 가리키며 말했다. “위스키 한잔 부탁해.”

“나는 맥주면 좋아, 아이바씨.” 니노가 벌써 한 손으로 넥타이를 풀어헤치며 쥰의 옆자리에 앉았다.

아이바가 제 일을 하기 시작하자, 니노가 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부서 소문으로는 너 승진되자마자 인사과 명령을 받았다던데.”

“소문이 사실이야.” 쥰이 수긍했다. “너 아무한테도 말 안 할 거지?”

“당연하지.” 니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상사가 된다는 건 빡세군, 그지?”

“난 타카야스상의 업무를 10년 후에나 할 거라 생각했어.” 쥰은 잔을 내미는 아이바에게 감사의 인사로 고개를 까닥였다. 쥰의 시야에 니노가 맥주잔을 입에 가져다대는 것이 보였다. “나 회사 들어온 거 5년 전이잖아. 그 자리에 오르려면 10년은 걸릴 거라 생각했지.”

“그리고 5년 만에 그 자리에 올랐지.” 니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쥰은 니노에게서 질투심을 발견할 수 없었고, 그가 그런 마음을 가지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 니노는 팀 플레이어로서 가장 잘 기능하는 사람이었다. 그게 회사에서 짬날 때마다 니노가 하곤 하는 그 게임들에 중독된 이유일 것이었다.

“그리고 윗선에서 시키면 사람을 해고해야 하는 권력도 얻었고.”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위스키의 화한 감각에 몸을 살짝 움찔하며 쥰이 말했다. “나카야마상은 내 멘토 중에 한 명이었어.”

“내 멘토이기도 했지.” 니노가 말했다. “사람들이 최소한 송별 파티라도 해줘야하지 않을까 하고 있어. 우리 부서의 거의 절반은 그가 가르쳤으니.”

“비용이 얼마나 들지 말해줘.” 쥰이 즉시 말했다. “내가 낼게. 전부 다.”

“쥰군, 네가 말하면 다들 얼마씩 낼거야.” 니노가 상키시켰다.

“나도 알아. 하지만 안 그랬으면 해.” 쥰이 고개를 살짝 저었다. “내가 해고하지 않았으면 송별 파티를 하지도 않을 거였잖아. 하지만 난 해야했어. 해고해야 했다구.”

쥰은 니노가 아이바와 함께 시선을 교환하는 것을 눈치챘다. 쥰이 고개를 돌리자 아이바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넌 너무 다정해.” 아이바가 말하자, 니노의 코웃음 소리가 들렸다. “닥쳐, 니노미야. 나도 내가 이런 말 할 처지 아니라는 거 알거든.”

“그러니까. 넌 길 잃은 고양이나 개를 보면 데려오는 사람이잖아.” 니노가 물결 모양으로 손을 흔들며 말했다. “내가 알기로는 쥰군은 아직 동물 입양한 적 없는걸.”

“그거야 동물들이 쥰을 싫어하니까 그렇지.” 아이바가 다 안다는 듯이 말하고선 니노와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

쥰은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농담은 접어두고, 넌 너무 다정하다니까. 나야 내 바에 만족하니까, 회사 생활이 어떤지 잘 모르지만. 그래도 나라면, 너 같은 상사를 갖고 싶었을 거야.” 아이바가 화려한 미소를 띄웠다.

쥰의 옆에서 니노가 수긍하지 못하겠다는 소리를 내었다. “그 말 취소해, 아이바씨. 얘 당장 이번주 수요일에도 인턴을 울렸다니까.”

쥰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런 적 없어.”

니노가 쥰을 향해 눈썹을 치켜 올렸다. 회사에서라면 니노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았겠지만, 아이바의 바는 니노의 홈그라운드나 다름 없었고 상사-부하 관계 따위는 완전하게 떨쳐냈다. “네 사무실 밖에서 일하는 건 나라고, 쥰군. 난 모든 이야기를 듣는다구. 네가 인턴에게 10분 안에 제안서를 15부 복사해오라고 했다면서.”

“그래서?” 쥰이 자신의 눈썹을 치켜 올렸다. “그 정도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업무잖아. 걔가 자기 동기 인턴들에게 업무를 나눠서 했더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었을 거라고.”

“인턴들은 잘 보이고 싶어하잖아.” 니노가 상기시켰다. “당연히 새 부장인 너한테 잘 보이고 싶었을 거 아냐.”

“그래서 어떻게 됐는지 보라고.” 쥰이 혀를 차며 말했다.

니노가 아이바를 바라봤다. “봐, 이래서 얘는 좋은 상사가 되지 못할 거야. 잘 보이기도 쉽지 않고, 완전 디테일까지 흠을 잡는 걸. 만족시키기 쉽지 않은 사람이야, 아이바씨.”

아이바는 웃으면서, 쥰이 요청하지도 않았지만 한잔 더 부어주었다. “그래도 이렇게 까다롭지 않았더라면 승진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해.”

“고마워, 아이바상.” 쥰이 말했다. 술도, 칭찬도.

“하지만 나카야마상과 같은 일을 반복하고 싶지 않아서 그런 거지?” 아이바가 물었다. 쥰이 그를 바라보자마자 아이바는 항복하는 제스쳐로 양손을 들어 올렸다. “난 그 사람을 모르지만, 너랑 니노가 존경하는 사람이라면 네 커리어에 있어서 중요한 사람이었을 게 분명해. 그래서 너한테 이렇게까지 영향을 미친 거겠지. 니노가 널 여기로 데려올 정도로.”

니노가 카운터 너머로 손을 뻗어 아이바의 팔뚝을 살짝 쳤다. “내가 가끔은 정이 있다는 사실을 자꾸 들춰내지 말아줘.”

쥰은 알고 있었다. 아이바의 바는 니노가 그를 중재하려는 방식이었다. 니노는 그를 너무나도 잘 알았다. 그가 오늘 사건에 대한 쥰의 감정까진 다 알지 못할지 몰라도 니노는 정말 관찰력이 좋았다. 가끔 쥰에게 필요한 건 아이바의 바에서 술 뿐이고, 그거면 기분이 조금은 좋아질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쥰은 고마웠지만 그걸 표현할만큼 충분히 취하지는 않았다. “니노가 정이 있다면, 술 값을 내주겠지.” 쥰은 분위기를 가볍게 만들어보려 하며 말했다.

“그건 이제 친절이라고도 할 수 없지. 그건 갈취일 뿐이라고.” 니노가 쥰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이젠 네가 상사라고. 상사라면 자기 후배한테 한번씩 한 턱 쏴야하지 않겠어?”

“후배 좋아하네.” 쥰의 말에 아이바가 웃음을 터뜨렸다. “너 나보다 나이 많잖아. 회사에도 더 오래 있었고.”

“그렇지만 연봉에 0이 하나 더 붙는 건 내가 아닌데.” 니노가 아이바에게 윙크를 했다. “쥰군이 쏘겠대, 아이바씨. 맥주 한잔 더 줄래?”

“당연하지.” 아이바가 자리를 뜨며 말했다.


쥰이 조용해지고 잠시 후, 니노가 그의 팔뚝을 주먹으로 가볍게 쳤다.

“진지하게 묻는데, 너 괜찮아?”

“괜찮아질 거야.” 쥰이 말했다. “나 너무 챙기려고 하지마. 이제 내가 상사니까.”

“어쩔 수 없는 걸.” 니노가 부드러운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넌 5년간 내 큐비클 동료였는걸, 쥰군.”

쥰은 ‘큐비클 동료’라는 게 사전에 있을 만한 진짜 단어인지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니노가 아이바와 오랫동안 함께한 것 때문일 거라고 짐작했다. 아이바는 새로 만들어내거나 과하게 줄여 부르는 온갖 단어들의 공장이었으니까. “괜찮아질 거야.” 쥰이 목소리에 조금 더 힘을 실어 반복했다. “난 괜찮을 거야.” 

아이바가 니노의 맥주를 가지고 돌아왔고, 니노는 더 말을 보태지 않은 채 맥주를 들이켰다. 쥰은 둘이 의미심장한 눈빛을 주고 받는 것을 못본 척 하면서,두 번째 잔에 이어 술을 한잔 더 시켰다. 쉽게 잠들 수 있도록 충분하게 취하고 싶었다.

니노는 쥰만큼 술을 잘 마시진 못했는데, 쥰의 머리가 조금 가볍게 느껴지기까지는 한두 시간이 걸리곤 했다. 니노 쪽을 힐끗 바라보자, 아이바가 벌써 니노의 잔과 코스터를 치워 버린 것이 보였다. 그건 한동안 니노가 술을 마시지 않고 쥰을 바라보기만 할 것이라는 의미였다.

“배신자.” 쥰은 말하고 나서 조금 지나서야, 입 밖으로 내뱉고 말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너 집에 가기 싫다고 할 때마다 택시에 태워서 보내는 건 나거든.” 니노가 말했다. “근데 아직도 안 취했군. 너 취하면 집에 가기 싫다면서 질척질척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니까.”

“꺼져.” 쥰이 말했다. 다른 손님을 위해 칵테일을 준비하면서도 아이바가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넌 외로운 거야.” 니노가 단호하게 말했다. 쥰이 험악하게 노려보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우리 직업의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꽤 예전부터 그럴 거라고 생각해왔지만, 인사부에서 시킨 일을 해야하는 널 보니 더 확실해졌어.”

“나 안 외로워.” 쥰은 부정하면서도 니노가 믿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았다. “네가 외로운 거랑 스트레스를 착각하는 거야.” 그래도 일단 시도는 해보았다.

“뭐래, 데이트할 시간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 니노가 믿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토마랑 다른 사람들이 미팅에 불러내도 너 안 온다고 불평하는 것도 알아. 이젠 네가 상사가 됐으니, 이제는 걔들이 초대한다고 해도 네가 나갈 리도 없겠지만.”

토마는 그저 자기네 무리의 인기를 높이고 싶어서 쥰을 데려가려고 하는 것 뿐이었다. 쥰은 그런 미끼가 되는 것에 지쳤다. “시간이 없어.” 쥰은 가능한 한 모호하고 애매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니노는 니노다. 니노가 무언가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자신의 의심을 확인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내리라는 것을 쥰은 알 수 있었다. “시간이 없고, 관심도 없고?”

쥰은 대답 대신 남아있는 잔을 비웠다.

“나 화장실 갈래.” 니노가 갑자기 선언했다. 아이바까지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큰 목소리로. “돈 안내고 도망갈 생각하지 마, 쥰군. 아이바씨, 도망 못 가게 잘 봐.”

“알았어.” 아이바가 턱을 기울이며 대답했다.

아이바가 쥰의 시야 안에 들어오자, 쥰은 아이바에게 조바심 난 표정을 지어보였다. 아이바에게 할 말이 있다면, 그게 뭐든 간에 빨리 해버리라는.

입을 떼는 대신에, 아이바는 손을 먼저 뻗었다.

쥰은 의아한 표정으로 눈을 깜박였다.

“폰 좀 빌려도 될까?” 아이바가 친근하게 웃어보였다.

그게 의심스러워 쥰은 찌푸렸다. “너네 무슨 속셈이야?” 분명 니노가 끼어있었다. 쥰을 아이바의 손에 맡기고 떠난 그 형편없는 변명을 생각해보면.

“별 거 아냐, 나쁜 일도 아니고. 내가 그럴 리가 없잖아, 너도 알겠지만.” 아이바의 말에 쥰은 그의 진실함을 의심할 수 없었다. 가끔 니노는 의심할 수 있었지만, 아이바에게는 그럴 수 없었다.

쥰은 아이바에게 폰을 건네주고서도 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아이바는 주머니에서 자신의 폰을 꺼내 몇 번 스크롤을 하더니, 긴급 전화 옵션으로 번호를 입력했다. 쥰이 비밀번호를 알려줄만큼 취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아이바가 쥰의 폰을 돌려주자, 전화번호 하나가 입력되어 있었다.

“상담사야?” 쥰이 물었다.

아이바가 살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이바의 눈가에 살짝 주름이 잡혔다. “아니지, 당연히. 그런 거야 너네 회사에서 알아서 할 거고. 이건… 일종의 처방이라고 할 수 있어. 이 표현이 맘에 든다면 말야.”

“처방?” 그 단어에 눈썹을 치켜올리며 쥰이 되물었다. “의약 전문가 번호라도 되는 거야?”

이번엔 아이바가 손을 내저었다. “아냐, 그냥 번호야. 기분 내킬 때 그에게 문자 해봐. 나한테서 번호 받았다고 이야기하고. 나 아는 사람이거든.”

“그래서 나한테 연락해보라고 하는 이 사람이 대체 누군데, 아이바상? 내가 랜덤으로 같이 잘 사람을 구할 거라면 틴더를 체크했겠지.” 쥰은 번호를 지우고 싶었지만, 그걸로는 아이바를 막지 못할 것이었다. 아마 몇시간 후에 다시 번호가 올테니. 

“틴더보다는 더 좋은 거야, 아마도.” 아이바가 몸을 앞으로 기울여, 속삭이는 것처럼 목소리를 줄였다. “넌 누군가가 필요한 게 아냐, 마츠쥰. 누군가와의 관계를 찾고 있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도움이 필요하지. 내가 만들어주는 칵테일보다도 훨씬 좋은.”

쥰은 성급하게 혀를 차고 싶은 충동을 억눌렀다. “내 질문의 대답이 아니잖아, 아이바상. 이 사람이 하는 일이 뭔데? 내가 마약을 구한다고 해도, 너한테 물어볼 리가 없다고.”

“마약상은 아냐.” 유쾌한 웃음과 함께 아이바가 속삭였다. “너 벌써 당황하고 있잖아.”

“이 사람이 누구인지, 뭘 해서 돈을 버는지 모르니까 그렇지.” 쥰이 지적했다.

“넌 알고 있어.” 니노가 쥰에게 허튼 소리 그만하라고 할 때마다 지어보이는 표정과 똑같은 표정을 아이바가 지어보였다. “넌 그냥 내가 말해주길 원하는 것뿐이지. 믿을 수 없으니까. 좋아, 내가 아는 남자인데. 이 사람도 누군가와의 관계를 원하는 건 아냐. 하지만 너한테 뭔가를 줄 수 있어. 내가 줄 수 있는 술이나, 니노의 츳코미가 할 수 없는 그런 종류의 위안을 말야.”

쥰이 자세를 바로 고치며 아이바의 시선을 똑바로 마주했다. “너 지금 하고 있는 말, 설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그런 거야?”

“네가 이 남자에게 시간을 조금 할애하면, 그는 네가 원하는 것을 줄 거야.” 아이바가 말했다. “장담하건대 분명 그럴 거야. 좋은 남자거든. 하지만 전화는 하지 않는 게 좋아. 전화는 급할 때만 하는 게 하니까. 문자를 더 선호해.”

쥰은 고개를 저었다. “난 이런 거 필요 없어.”

“당연하지. 넌 그 사람의 돈이 필요한 게 아니니까.” 아이바가 말했다. “나도 이해해. 니노도 이해하고. 하지만 네가 이걸 시도해보고 그가 널 마음에 들어 한다면, 네가 얻게 되는 건 그 이상일 거야.”

“너 나에 대해서 왜 이렇게 많이 알고 있는 거야?” 쥰이 아이바에게 의심스러운 눈길을 주며 물었다. “니노도 말야, 왜 날 잘 알고 있는 거지?”

“난 니노에게 모든 것을 말하거든, 마츠쥰. 너도 알잖아.” 아이바가 어깨를 으쓱하며 설명했다. “이 남자에 대해서는, 니노가 나한테 이야기해준 것도 있고. 내킨다면 한번 시도 해봐. 연락하지 않는다고 해도 괜찮아. 일단 번호는 저장해둬.”

쥰은 한숨을 쉬며 마음을 바꾸기 전에 번호를 저장했다. “이름은 안 가르쳐주겠지?”

“오, 가르쳐 줘야지. 완전 생면부지의 사람을 내 친구들에게 추천해주는 취미는 없거든.” 아이바가 우스꽝스럽게 윙크를 해보려고 하며 말했다. 겨우 한쪽 얼굴을 구기는 것에 그치고 말았지만. “난 ‘쇼쨩’이라고 불러. 니노는 아직 만나본 적은 없지만, 걱정하지 마. 너도 ‘쇼상’으로 부르거나 아니면 편한 대로 격식을 갖춰 부르면 될 것 같아.”

“나 분명 후회할 거야.” 쥰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이미 문자를 쓰고 있었다. 

“그냥 한번 해봐. 제대로 안 된다면 내 바는 너에게 언제든 열려 있으니까. 니노를 데려오든 아니든.” 아이바가 말했다. 쥰이 잔을 내려다보는 것과 동시에, 아이바는 쥰에게 또 한잔을 더 부어주었다. 

쥰은 한번에 들이키고서, 알콜의 기분좋은 알딸딸함이 머릿속을 채우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쥰은 마음을 바꾸기 전에 아이바에게 자기가 쓴 문자를 보여주었다.

아이바가 미소지었다. “보내. 아마 그 사람도 좋아할 거야. 단도직입적이라.”

“후회하고 말거야.” 쥰은 말했지만, 그럼에도 전송 버튼을 눌렀다. 폰 위쪽에 파란색 선이 그어지고, 익숙한 바람 소리가 나며 그의 메시지가 보내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이게 그렇게나 후회할만한 거라면, 너 다음에 올 때 공짜로 한 잔 줄게.” 아이바가 그에게 장담했다. 


쥰은 누군가 그의 옆자리에 다시 앉는 것을 느꼈고, 고개를 돌리자 니노가 그 ‘다 알고 있다’ 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마.” 쥰이 경고했다.

니노가 자신의 입 위로 지퍼를 잠그는 제스쳐를 해보였다. “네 비밀은 내가 잘 간직할게, 쥰군. 언제나처럼.”

니노는 쥰의 공간을 향해 몸을 기울이고서는 그 어려보이는 얼굴에 순진한 미소를 띄웠다. “그래도 ‘미스터 슈가[각주:1]’랑 어떻게 되는지 나한테 알려줘야해.”

“씨발 꺼져.” 진심은 아니었지만, 니노와 아이바의 웃음에 조금 짜증이 난 쥰이 말했다. 



아라시 / 사쿠라이 쇼 / 마츠모토 쥰 / 쇼쥰 / 쇼준 / 사쿠쥰 / 사쿠준

  1. 미스터 슈가: ‘슈가 대디’를 다르게 표현한 단어로, 두 단어 모두 마땅히 대치되는 단어가 없는 듯 하고 매번 풀어쓸 수 없어 그대로 표기할 예정입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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